인생이 무너지던 여름, 그는 걸작을 세 편 썼다
모차르트의 3대 교향곡의 비밀, 음악사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많은 학자들은 주저없이 1788년 여름을 가리킨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당시
그의 나이 서른두 살.
빚은 쌓여가고, 딸은 세상을 떠났으며, 콘서트는 줄줄이 실패하던 그 여름에 그는 인류 음악사에 길이 남을 교향곡 세 편을 단 45일만에 완성했다.
1788년 여름,먼저 당시 모차르트가 처해 있던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그의 음악에서 느끼는 우아함과 완벽함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현실이었다.
그는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보낼 정도의 극심한 빈곤상태였고 생후 6개월된 딸
테레지아가 그해 여름에 사망하는 비극이 있었으며 기획했던 빈 콘서트의 구독자가 단 한명도
모이지 않아 무산되는 등 총체적인 어려움과 비극이 겹치면서 이 시기를 기점으로 모차르트의
건강이 급격히 쇠퇴하기시작한다.. 그런 상황에서 그는 악보를 펼쳤다.
단 45일 만에 모차르트가 이 세 곡을 완성한 속도는 지금도 믿기 어렵다.
현대의 음악학자들조차 그 완성도를 감안하면 더욱 경이롭다고 말한다.
각 교향곡의 완성 일자와 그 특징을 살펴보면;
.39번 내림마 장조 K543은 클라리넷을 도입한 우아하고 밝은 분의기의 교향곡으로서 1788년
6월 26일 완성하였고,
.40번 사단조 K550은 모차르트의 교향곡중 가장 널리 사랑받고 있는 작품인데 1788년
7월 25일 완성하였다.
.41번 (주피터조 K551은 대위법의 극치인 인류 최고의 교향곡 중 하나로서 1788년
8월 10일에 완성하였다.
정말 놀랍지 않는가, 단 45일만에 3곡을 완성한 것이
그런데 가장
큰 미스터리 , 이 곡들은 왜 쓴 것인가?
여기서 음악사의 가장 흥미로운 수수께끼가 등장한다. 모차르트가 이 세 곡을 작곡한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18세기 작곡가들은 반드시 이유가 있을 때 곡을 썼다.
귀족의 의뢰, 예정된 공연, 출판 계약. 그런데 이 세 교향곡은 모차르트가 생전에 단 한 번도
공연했다는 기록이 없다.
돈도
없고, 공연도 없고, 의뢰도 없었다. 그런데 그는 썼다.
학자들은
크게 세 가지 가설을 제시하고 있다.
첫번째 가설은 기획했다가 무산된 빈 구독 콘서트를 위해 미리 작곡했다는 가설이다.
두번째는 당시 런던 방문을 구상중이었고 그곳을 위해 준비했다는 것으로서 이건 신빙성이 낮다.
이 세번째 가설이 가장 낭만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인생이 무너지는 순간 그는 음악 속으로 들어갔다, 이것이 이 세교향곡에 대한 진실에 가까운 설명일지도 모른다.
세 곡 중에서도 41번 《주피터》는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주피터'라는 별명은 모차르트 자신이
붙인 것이 아니라 런던의 흥행사 요한 살로몬이 나중에 붙인 이름이지만, 이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은
없을 것이다.
4악장은 음악 이론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정교하다. 서로 다른 다섯 개의 주제가 동시에 얽히고
대화하며 하나의 완벽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것을 '푸가토(fugato)와 소나타 형식의 결합'이라
부르는데, 이 수준의 다성 대위법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구현한 작곡가는 역사상 모차르트가
유일하다.
"이 악장 하나만으로도 모차르트는 불멸이다." — 요하네스 브람스
모차르트의
또 다른 불가사의는 그의 창작 방식이다. 당시의 작곡가들은 수많은 초고와 수정 흔적을
남겼다. 베토벤의 스케치북은 수정과 덧칠로 가득했었다.
그러나
모차르트의 악보는 달랐다. 머릿속에서 곡을 완전히 완성한 다음, 악보에는 거의 그대로
옮겨
적었던 것이다. 이 세 교향곡도 마찬가지입이다.
45일만에 머릿속에서, 완성된 상태로.
모차르트는 3년 후인 1791년 3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세 교향곡은
결국 그가 남긴 마지막
교향곡들이 되었다. 그는 이것이 마지막이 될 것을 알았을까?
알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아는 것은 이것이다. 인생이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그는 음악으
로 달려갔고, 그 음악은 230년이 지난 지금도 전 세계 콘서트홀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는 것.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