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아버지"는 누가 만든 말인가?
교과서에 나오는 말이라 당연히 공인된 칭호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건 역사가 만들어낸 브랜딩에 가깝습니다.
18세기 후반부터 음악 이론가들이 바흐의 대위법을 연구하면서 "이 사람이 서양 음악의 뿌리다"라는 인식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그게 대중적인 언어로 굳어진 건 멘델스존의 마태수난곡 부활 이후로서 바흐가 재발견되고, 쇼팽·슈만·브람스가 그를 추앙하는 게 알려지면서, "저렇게 대단한 사람들이 전부 바흐한테 배웠다고?" 하는 분위기가 퍼진 것이었습니다.
거기에 19세기 음악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면서 학자들이 바흐를 서양 음악 체계의 기초를 세운 인물로 정리하기 시작했고, 그게 교육 시스템을 타고 전 세계 교과서에 들어간 것입니다.
누가 붙였냐기보다, 후대가 합의한 거다, 이게 더 정확한 표현일 수 있습니다.
근데 여기서 불편한 질문 하나.
바흐가 "음악의 아버지"라면, 헨델은 뭔가?
바흐와 같은 해인 1685년생. 같은 독일 출신. 심지어 두 사람은 평생 한 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활동 방식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바흐는 교회 안에서, 독일 밖을 거의 안 나가고, 칸타타와 푸가를 썼습니다. 헨델은 이탈리아로, 영국으로 넘어가서 오페라로 유럽 전체를 휩쓸었지요. 생전 인기는 헨델이 압도적으로 높았고 영국 왕실의 총애를 받았고, 죽었을 때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묻혔습니다.
그런데 지금 "음악의 아버지"는 바흐입니다.
왜일까?
헨델의 음악은 시대의 유행을 탔고, 바흐의 음악은 시대를 초월한 구조를 가졌기 때문이었습니다. 헨델의 오페라는 당시 청중을 열광시켰지만, 그 열광이 식으면서 음악도 같이 빛이 바랬지요. 반면 바흐의 대위법은 쇼팽이 배우고, 슈만이 매달리고, 브람스가 계승하고, 20세기 재즈 피아니스트들까지 영향을 받을 만큼 구조 자체가 언어였습니다.
결국 "음악의 아버지"라는 타이틀은 인기투표가 아니라 영향력의 깊이로 결정된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한 가지 더.
우리나라 교과서에서 "바흐 = 음악의 아버지, 헨델 = 음악의 어머니"라고 배우는데 근데 이거, 서양에서는 거의 안 쓰는 표현입니다.
특히 "음악의 어머니"는 서양 음악계에서 공식적으로 쓰인 적이 없는 말입니다. 한국과 일본 교과서에서 대칭을 맞추려고 만들어진 표현에 가깝다는 게 정설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배운 것들이, 알고 보면 누군가 편의상 만들어낸 틀인 경우가 꽤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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