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는 왜 미완성 교향곡을 완성하지 않았나?
먼저 이상한 점부터 짚고 가봅시다.
슈베르트가 미완성 교향곡을 쓴 건 1822년. 그가 죽은 건 1828년. 6년이 있었다.
6년이면 충분히 완성할 수 있었다. 실제로 그 6년 동안 슈베르트는 엄청난 양의 곡을 썼는데 피아노 소나타, 현악 4중주, 가곡들, 손이 멈췄던 게 아니었다.
근데 이 교향곡만 안 건드렸다. 왜일까.
첫 번째 가능성, 잊어버렸다.
황당하게 들리지만, 실제로 가능한 얘기다.
슈베르트는 이 악보를 친구 안젤름 휘텐브레너(Anselm Hüttenbrenner)에게 맡겼다.
그라츠 음악협회에서 슈베르트에게 명예 회원증을 줬는데, 그 감사의 표시로 악보를 건넸는데
휘텐브레너가 그 악보를 서랍 속에 넣어두고 43년 동안 아무한테도 안 보여줬다
슈베르트가 죽고 나서도. 43년 동안.
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휘텐브레너 본인도 명확한 이유를 남기지 않았다.
어쩌면 슈베르트가 "나중에 완성해서 줄게" 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냥 소중해서 혼자 간직하고 싶었
을 수도 있고.
결국 이 악보가 세상에 나온 건 1865년. 지휘자 요한 헤르베크(Johann von Herbeck)가 휘텐브레너
를 찾아가서 설득한 끝에 초연이 이루어졌다. 슈베르트가 죽고 37년이 지난 후의 일이었지요.
두 번째 가능성 , 의도적으로 멈췄을 가능성 이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흥미로운 부분인데,1822년은 슈베르트한테 특별한 해였다.
그해 그는 매독 진단을 받았는데 당시 매독은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치료제가 없었고, 서서히
몸이 망가지는 병이었으니까.
스물다섯 살에 자신이 일찍 죽는다는 걸 알게 된 것이었다.
그 직후에 쓴 곡이 미완성 교향곡이다.
어떤 음악학자들은 이렇게 해석한다.
슈베르트가 의도적으로 2악장에서 멈춘 거라고. 3악장 스케치가 실제로 몇 마디 남아있었는데 쓰다가
멈춘 흔적이 있었는데, 근데 그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마치 이 곡을 완성하면 안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던 것처럼.
2악장이 끝나는 방식을 들어보면 이상하게 들린다.
격렬하게 끝나는 게 아니라, 조용히 사그라들어. 체념한 사람처럼. 싸울 의지가 없는 사람처럼.
매독 진단을 받은 스물다섯 살 청년이 쓴 음악이라고 생각하면 그 조용한 마무리가 완전히 다르게 들립니다.
세 번째 가능성, 이미 완성됐다.
이건 좀 도발적인 시각인데, 개인적으로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한다.
교향곡은 보통 4악장인데 2악장짜리는 미완성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
근데 슈베르트 미완성을 들어보면 2악장이 끝나는 순간 이상하게 완결된 느낌이 있다.
"아, 더 있어야 하는데" 가 아니라 "아, 여기서 끝나야 하는구나" 싶은 느낌.
난 이런 느낌을 받았어요.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과 비슷한 흐름같다고.
그게 바로 형식은 미완성인데, 감정은 완성된 느낌.
어떤 음악학자는 이렇게 말했지요.
"슈베르트는 2악장으로 하고 싶은 말을 다 했다. 3악장은 쓸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미완성이라는 이름 자체가 틀린 거였다. 이 곡은 처음부터 여기서 끝나도록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슈베르트는 평생 가곡을 600곡 넘게 썼었다
교향곡은 거의 안 썼는데, 근데 그 드문 교향곡 중 하나가 완성됐는지 안 됐는지조차 아무도 모르는 곡
입이다.
어쩌면 슈베르트는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어떤 감정은 끝맺음이 필요 없다는 걸. 조용히 사그라드는 게 가장 정직한 마무리라는 걸.
매독 진단을 받은 해에, 스물다섯 살에, 그는 그걸 음악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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